본문 바로가기

시(詩)

(64)
눈 내리는 벌판에서 눈 내리는 벌판에서 / 도종환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 싶다 둘러보아도 오직 벌판 등을 기대어 더욱 ..
갈대 갈대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천상병-
사랑의 물리학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
성탄편지/ 이해인 성탄 편지/이해인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 오래전부터 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 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      슬픈 이를 위로하고 미운 이를 용서하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집이 ..
오해 오해 하나님이 나를 너무 사랑하심으로 나를 더욱 더... 주님의 형상과 닮게 하시기 위해 나의 모난 부분들을 깎으실 때 하나님은 그것을 ‘사랑’ 이라 부르시지만 나는 그것을 ‘고난’ 이라 부릅니다. 하나님이 나를 너무 사랑하심으로 나를 아버지의 나라로 인도하시기 위해 ..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내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사람 내가 읽어 주는 시와 짧은 글들을 들어줄 사람 내 숨결을 냄새 맡고, 내게 얘기해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나를 두 팔로 껴안고 이불을 잡아당겨 줄 사람 ..
갈보리의 노래2 /박두진 마지막 내려 덮는 바위 같은 어둠을 어떻게 당신은 버틸 수가 있었는가? 뜨물 같은 恥辱(치욕)을, 불 붙는 憤怒(분노)를, 에어내는 悲哀(비애)를, 물새 같은 孤獨(고독)을, 어떻게 당신은 견딜 수가 있었는가? 꽝꽝 쳐 못을 박고, 槍(창)끝으로 겨누고, 채찍질해 때리고, 입맞추어 背..
가을노트 가을노트...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