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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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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황동규 시월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의자.이정록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
사순절의 기도 사순절의 기도 / 이해인 사랑하는 것은 죽는 것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 당신을 위해서 매일 제 십자가를 지는 것 주여 언제나 자기를 방어하고 사소한 일에도 누구에게나 지려고 하지 않는 승자의 오만 위에 곤두서서 살지도 죽지도 못하고 괴로워하는 나에게 죽는 것을 가르..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
두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 반복되는 하..
조금 조금. .♡   나는 비록 작지만... 설탕을 조금 가지고도 음식 맛이 달게 되네. 비누를 조금 가지고도 내 몸이 깨끗이 되네. 조금의 햇볕으로도 새 싹이 자라네. 조금 남은 몽땅 연필로 책 한 권을 다 쓰네. 조금 남은 양초 하늘하늘 춤추는 불빛 아무리 작더라도 불빛은 귀하지.   -..
바다 앞에서 바다 앞에서 문 정 희 문득, 미열처럼 흐르는 바람을 따라가서 서해바다 그 서럽고 아픈 일몰을 보았네 한생애 잠시 타오르던 불꽃은 스러지고 주소도 모른채 떠날 차비를 하듯 조용히 옷을 벗는 해안선을 보았네 아,자연 당신께 드리는 나의 선물은 소슬히 잊는 일뿐 더운 호흡으로 밀려..
내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