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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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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내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사람 내가 읽어 주는 시와 짧은 글들을 들어줄 사람 내 숨결을 냄새 맡고, 내게 얘기해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나를 두 팔로 껴안고 이불을 잡아당겨 줄 사람 ..
갈보리의 노래2 /박두진 마지막 내려 덮는 바위 같은 어둠을 어떻게 당신은 버틸 수가 있었는가? 뜨물 같은 恥辱(치욕)을, 불 붙는 憤怒(분노)를, 에어내는 悲哀(비애)를, 물새 같은 孤獨(고독)을, 어떻게 당신은 견딜 수가 있었는가? 꽝꽝 쳐 못을 박고, 槍(창)끝으로 겨누고, 채찍질해 때리고, 입맞추어 背..
가을노트 가을노트...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
시월-황동규 시월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의자.이정록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
사순절의 기도 사순절의 기도 / 이해인 사랑하는 것은 죽는 것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 당신을 위해서 매일 제 십자가를 지는 것 주여 언제나 자기를 방어하고 사소한 일에도 누구에게나 지려고 하지 않는 승자의 오만 위에 곤두서서 살지도 죽지도 못하고 괴로워하는 나에게 죽는 것을 가르..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
두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 반복되는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