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일기 3
이 해 인
사람들이 무심코 주고받는
길 위에서의 이야기들
맛있다고 감탄하며
나누어 먹는 음식들
그들에겐 당연한데
나에겐 딴 세상 일 같네
누구누구를 만나고
어디어디를 가고
무엇무엇을 해야지
열심히 계획표를 짜는 모습도
낯설기만 하네
얼마간 먼 곳에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며
전화를 거는 친구의 목소리도
그리 반갑지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야속한
생각이 드니
이를 어쩌지?
아프고 나서
문득 낯설어진 세상에
새롭게 발을 들여놓고
마음을 넓히는 일이
사랑의 의무임을
다시 배우네
*****
아픈 친구가 이 시를 읽고
수녀님이
자기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 줄 알았다고...
그만큼 공감이 된다는 말이겠지
아픈 사람 앞에서는
일상적인 이야기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