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한 장처럼
이해인
살아갈수록
나에겐 사람들이
어여쁘게 사랑으로
걸어오네
아픈 삶의 무게를
등에 지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걸어오는
그들의 얼굴을 때로는
선뜻 마주할 수 없어
모르는 체 숨고 싶은
순간들이 있네
늦은 봄날 무심히 지는
꽃잎 한 장의 무게로
꽃잎 한 장의 기도로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오랫동안 알고 지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그들의 이름을
꽃잎으로 포개어
나는 들고 가리라
천국에까지
꽃사과의 꽃이
우리가 먹는 사과의 꽃과
똑같아 보인다.
사과는 꽃 필 때 풍작인지
흉작인지가 판가름 난다고 한다
올해는 꽃 필 때 날씨가
좋았으니 사과가 풍작일 거
같은데 그 말이
맞기를 기원해 본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상일기 3 / 이해인 (23) | 2024.07.02 |
---|---|
푸른 밤 / 나희덕 (0) | 2024.06.15 |
사랑에 답하다 (50) | 2024.04.16 |
보내놓고 / 황금찬 (30) | 2024.03.26 |
봄길 (19) | 2024.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