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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 *  * * *


눈내리는 날은 어김없이
생각나는 시가
이 '즐거운 편지'다
오늘 눈발 날리는 길을
걸으며 이 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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