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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몸 돌보기

어제 교회 옆에서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낙엽과 단풍이 공존하는 11월 하순
단풍이 이리도 화려하니 아직은
가을비라고 해야겠다.

친정어머니한테 전화를 드렸다.
엄마는 벌써 병원이시란다.
91세여도 아프다고 자식들 안 부르고
당신 혼자서 병원들을 순례하시며
몸을 돌보고 계신다.
녹내장 때문에 안과, 보청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당뇨와 혈압 때문에 내과
허리 협착증 때문에 정형외과, 한의원을
다니신다.
예방주사도 누구보다 열심히 맞으시고
자식들도 맞았는지 점검하시는 엄마다.
열심히 부지런히 자신의 몸을
돌보시는 엄마가 참 대단하시고
감사하다.
늙어서 자식들 힘들지 않게 하려면
우리 엄마처럼 내 몸 내가 부지런히
돌봐야 한다는 거 엄마한테서 배운다.

엄마와 통화하고 나서
며칠간 심란하게 바라봤던
발톱을 깎자고 마음먹었다.
늙어서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발톱 깎기이다.
발톱은 억세 진 데다가 (특히 엄지발가락)
다른 발가락들은 발가락모양으로
둥글게 말아진 채로 자라서 발톱과 발가락살 사이에 손톱깎기를 밀어
넣기가 힘들다.
그래서 노인들의 발톱은 ㅡ자모양으로
자르라고 한다.
발톱을 깎자고 몸을 구부리는 거
자체도 몸에 유연성이 없어서 쉽지 않다.
친정어머니는 발톱을 가위로 깎으신다.
세상에나 늙으면 발톱 깎기조차
힘들다는 거 알지도 못했다.

요즘  잘 안 보여서 안경에 뭐가
묻었나 자꾸 안경을 닦았었는데
며칠 전 안과에 가니 백내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랬구나. 아직 심하지 않으니
좀 더 보자고 한다.
어디서 어떻게 고장이 났다고 신호를
보내올지 모른다.
고장 나기 전에 미리미리 운동하며
예방을 위해 힘써야 하는데 워낙 게을러서 그리 못하고 산다.
게으름 뒤에 반드시 그 결과가 따르는 걸 경험하고도 그 버릇을
못 고친다.

가을비 내리는 아침 마냥 게으름
부리며 혼자 주절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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