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적(自適)
김동명
여기엔 푸른 바다가 있오。
바다 위엔 때로 갈매기가 날고 낙조(落照)가 머물고 어선(漁船)이 돌아 오는 구려。
바닷가엔 힌 모래、 여기엔 조개 껍질과 아까시아의 짙은 그늘과 마풀 냄
새의 향(香)그러움이 있고, 또 어부(漁夫)의 가난한 집들이、그리고 어유(魚油) 등잔(燈盞)에 끄스른 구수한 이야기가 있고、
여기에서 동남(東南)으로 삼(三)마정만 가면 해당화가 피고 방풍이 자라고 또 해연(海燕)이 집을 얽는 단애(斷崖)가 있구려。
내 집은 산(山) 등성이로 통한 고독한 길ㅅ가 솔밭 머리에 있오。
여기에서 나는 무시로 찾아 오는 미풍(微風)에게 나의 머리 카락을 내 맡기고
떠 가는 구름에게 나의 향수(鄕愁)를 하소하며
밤 하늘에 흐르는 은하(銀河)를 받어 나의 오뇌(懊惱)를 싯는구려。
이웃에는 꽃 씨를 바꿀만한 시악시들이 살고、
갑갑하여 집을 나서면 웃으며 이야기할 어부(漁夫)들이 마조 오는구려。
거리에 나가면 흑백(黑白)을 다토아 해학(諧謔)을 쏟아 놓을만한 벗들이 있고、
그리고 저 산(山) 넘에는 나의 이 초라한 뼐망정 싫다 않고 받아 줄 묘지(墓地)
가 있구려。
아아 나의 외로운 날을 위하야 이 이상 더 무엇을 바라겠오。
시집 『하늘』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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