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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동명

시류와 역류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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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체험이야기 2006/12/24 15:09  

 

http://blog.hani.co.kr/philcabin/3411

 

  무력으로 새 땅 위에 창건된 국가의 법 체제와 조직을 뒤엎어버리고 세운 그의 나라 제3공화국은 시일이 지나면서 저항과 탄압으로 영일이 없는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이까지 이른 행로에서 기실 그가 보여준 것은 식민지 시대에 일본인이 이 땅의 모든 것을 싸잡아 멸시하고 거칠 것 없이 유린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의 행태입니다. 그에게는 건군 초기 호시탐탐 적화(赤化) 반란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군내 적색분자의 집단에 가담한 경력이 말해주듯이 이 땅의 모든 것을 갈라놓은 좌도 우도 또한 이종찬 장군에게 한 쿠데타 제의가 말해주듯 국가 존망의 전쟁도 대한민국의 국법도 모두가 안중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과연 한국 군인이었는가? 아닌게 아니라 몇 일 전의 TV화면에는 박정희에게서 일본이 한반도에 남겨 놓은 「대일본」의 「제국군인」의 전형을 본다는 일본인 논객과의 대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요컨대 그가 보는 바로는 대일본의 잔재가 옛 일본의 식민지에 세워진 나라를 20년 동안 다스려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가 입에 담은 말보다 더한 이 땅의 대통령에 대한 바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자한 모욕적인 언사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러나 실상 위에서 방금 물었던 물음처럼 그의 주장을 정당화시켜주는 일을 박정희는 벌여왔던 것입니다.

 

  위와 같은 그의 행로와 행태만으로도 박정희라는 인물 자체가 일제 잔재의 전형이라 할 터이지만 이것은 그의 「치세」의 막바지에 더욱 역력히 드러납니다. 일제시대 대대로 육군대장 출신으로 보임 된 조선총독이 「치안유지법」으로 조선인의 「불온」사상과 행위를 다스렸듯이 육군대장의 군복을 벗고 자신이 세운 공화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박정희는 국가보안법으로 해방된 땅의 주민의 정치적 자기표현의 자유를 억압 징치합니다. 급기야 저항이 치열해지자 초법의 긴급조치의 연달은 공포로 억압과 징치의 가혹함은 극에 달합니다. 마치 한때 일본 천황이 헌법상의 국가기관이 아니었듯이 그 또한 초헌법적 존재임을 드러낸 것입니다. 헌법의 기본조항을 사문화시키는 초헌법의 「조치」를 공포 시행하는 자가 됨으로서 스스로 일황과도 같이 초법적 존재가 된 것입니다.

 

  그의 초법적 권력 행사는 반란 군대를 이끌고 수도에 들어와 모든 국가기관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헌법 유린을 강행했을 때 이미 정해진 행로인 셈입니다. 그렇지만 명색이 민주공화국 대통령인데다 사방이 트인 중인환시의 대명천지의 시대인지라 세계에 대하여 민주정치를 하는 척이라도 해야겠다고 싶었던지 그는 민족적 민주주의를 소리 높여 외칩니다. 여기에는 그럴 싸한 이념의 치장으로 국민을 속여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음도 물론입니다. 그러나 이 슬로건에서도 그의 독재의 검은 속내는 그대로 노출됩니다. 정치적 개념으로서의 「민족적」 또는 「민족주의」는 개인의 독자성과 자기표현의 자유를 전제로 하며 이 자유의 터 위에 비로소 존립하는 정치적 민주주의와는 「얼음과 숯」처럼 상치되는 이념적 지향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 개념이 대외적으로는 배타적 폐쇄주의를 대내적으로는 전체주의 지향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그가 비참한 최후를 마치자 한 때 요란했던 그 슬로건도 그의 무덤 속에 매장됩니다.

 

  이까지 이른 위와 같은 그의 족적은 「대일본제국」 신민의 집단적 생리인 전체주의 사고방식과 전쟁 중의 국가총동원체제의 행동방식이 우수 학생, 우수 사관생도, 우수 장교가 되는 과정에서 모범적으로 학습되고 체질화 된, 특히 일본군의 엄격한 군률 속에서 통솔권의 절대적 권위를 익힌 자가 무서운 집념으로 최고 권력을 탐했을 때 귀결될 수밖에 없는 행태의 자취일 것입니다.

 

  그의 죽음과 함께 이 자취가 끝나는 곳에서 그에게서 그리고 그를 통하여 이 땅위에 맹위를 떨쳤던 일제 잔재의 숨통도 끊겼다고 할 것인가? 이렇게 봐야 옳을 터이지만 그러나 과연 그러했는가?

 

  요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박근혜를 대표로 내세운 덕으로 기사회생합니다. 이 땅 구석구석에 잠재해 있었던 「고 박정희 대통령」을 우러르는 정서가 박근혜 바람을 일으킨 것입니다. 박근혜는 아버지 후광의 덕을 입었고 한나라당은 이 후광을 입은 박근혜의 덕을 입어 당당한 세를 모으게 된 것입니다. 요컨대 일제잔재의 유령이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의 여야 정치 판도의 절반의 세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