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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동명

시인의 전원과 시대의 거리9/현대사체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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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전원과 시대의 거리9현대사체험이야기 2007/02/13 23:05  http://blog.hani.co.kr/philcabin/4009 

 

그 동안 국가는 박정희의 경제제일주의 천민정치에 의해 천민국가의 외길로 줄달음쳐 왔습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삶」의 문제가 인간으로서의 「존재」의 문제를 압도하는 세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와 함께 생존 환경으로 탈바꿈한 자연만이 우리의 둘레에 있고 자연 자체의 영원한 모습도 우리 곁에서 사라졌습니다. 여기에 발맞추어 쾌적한 삶을 위해 개량하고 개혁하고 새로운 것을 산출하는 지적 능력인 지성이 이른바 엘리트가 시대의 각광을 받는 반면 근본에 유의하며 궁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정신은 음지로 유배되었습니다. 결국 한마디로 이렇게 이 시대 사람들의 현존은 동물과 인간의 본질적 구획이 없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박정희의 천민정치 이래의 경제제일주의 물신(物神)주의가 초래한 또 다른 문제는 그것이 사람의 영성(靈性)을 깊이 잠재우게 한 데도 있습니다. 사람은 일생 살아가는 동안  영적인 아름다움과 영적인 기쁨을 느끼는 때가 있습니다. 이 경험은 초월적이며 영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것과 인간이 이것에 대응하는 영성(靈性)을 지닌 자임을 일러줄 것입니다. 그 같은 영적인 느낌은 그 존재에 대한 감응(感應)이기 때문입니다.

 

  영적인 아름다움과 기쁨은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기쁨을 압도 합니다. 전자 앞에서는 후자는 설 자리를 잃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역시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 경험에 있어서 자신이 본래의 제 자리로 돌아가는 의식도 동시에 갖게 됩니다. 이것은 사람이 본시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그의 삶의 지표를 무엇에 두어야 할지를 명백히 일러주는 경험일 것입니다.

 

  그러나 물신(物神)주의적 시대 풍조가 사람들에게서 영성이 눈을 뜨는 것을 억압하고 막고 있는 것입니다. 시대가 영성을 깊이 잠재우고 있는 것입니다.

 

  상술한 바와 같은 정신성의 결핍과 현존의 본말전도 그리고 영성적인 것의 질식 상태는 한결같이 오늘 이 땅의 사람들이 인간 본연의 모습을 상실하는 자기소외의 파국적인 현실 속에 있음을 말해 주는 것들입니다.

 

  이렇다면 치명적인 결함이 정신성의 결핍에 있었던 일제시대 주민의 현존과 이 세대 주민의 현존 사이에 무슨 본질적인 차이가 있겠습니까?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어째서 달라질 수 없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그렇다 치고 끝내 달라질 희망은 없는 것인지에 대해 쏠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위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일제 치하 이 땅에는 현존의 모습에서 양극을 이루는 두 부류의 조선인이 나타납니다. 시인 김동명에서 전형이 찾아지는 굴복을 거부하는 조선인과 친일문인들이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억압에 길들여진 조선인이 그들입니다. 물론 양자의 존재의 현실도 판이함으로 일제 치하 이 땅에는 판이한 두 현실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사실도 우리는 전술한 바와 같이 시인 김동명과 당시의 문단을 거의 망라한 많은 친인문인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후자의 현실은 황국신민의 현실이었고 「총후(銃後)전선」의 대열에서 「대동아성전(聖戰)」의 승리를 추호도 의심치 않았던 「忠君(충군)애국」의 의사(擬似) 일본인의 현실이었습니다.

 

  반면 8ㆍ15를 맞아 세 편의 시에서 새 나라의 건설과 그 감격을 노래한 김동명의 현실은 나라를 빼앗긴 비통한 현실이었고 지배를 당하고 있는 자가 감내해야만 했던 굴욕의 현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은 그의 시 『世代(세대)의 嘆息(탄식)』을 본다면 망국의 현실보다 김동명을 더욱 비통케하고 분노케 한 것은 불이익의 두려움 때문에 혹은 평이한 삶을 위해 조선인의 혼을 지배자에게 넘겨 준 『靈魂(영혼)의 死屍(사시 = 사체)』가 된 동족의 모습이었습니다. 삼천만의 영혼의 사체가 널려 있는 현실의 한 복판에서 시인은 역사 속에 홀로 서 있는 자의 고독과 동포에 대한 비애와 통분을 그 시작으로 토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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