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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동명

한 작은 풀꽃의 현대사 체험이야기/본문에 앞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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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앞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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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이야기』는 중학 4학년 졸업반 때까지 일제시대를 그리고 뒤이어 해방공간에서 벌어진 격동의 한 시대를 살아 온 한 풀꽃 인생이 그 사이 겪고 보아온 것을 반추하며 적은 것입니다.  

 이런 경우 다만 옛 일을 회상하는 것으로 그칠 수는 없고 자연 그것의 본질적인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의 의미도 되새겨 보게 되는 법입니다. 실상 여기에 적은 것은 기본적으로 그가 경험한 역사적 사실의 증언이지만 또한 이 때에 와서 되새기게 된 그 본질적인 성격과 의미에 대한 그의 인식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 점이 이 회상의 특징으로 간주될 법도 하지만 그러나 이렇게 간단히 넘길 일은 못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류의 인식에는 한 편에 치우치거나 핵심을 벗어나는 일까지도 있을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곧장 『이야기』로 들어가기보다 먼저 왜 이럴 여지가 있는지부터 대강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노라면 화자의 인식이나 확신이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도 분명히 될 것입니다.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문제가 될 때 초점은 그것의 본질과 의미에 두어질 것입니다. 이 때 의례히 따르게 되는 것이 문제의 사실을 대하는 시각(視角)의 문제입니다. 여러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인 시각, 경제인의 시각, 사회학적 시각이 있을 수 있고 역사학자는 역사학자대로 종교인은 종교인답게 그것을 대할 것입니다. 물론 어떤 이데올로기에 의해 잡혀지는 시각도 또 이해관계에 따라서 그리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 이런 저런 특정의 시각을 떠난 접근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것에 의해서도 제약되지 않은 근본적 진실을 지향하는 태도도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화자는 8ㆍ15후 대학에서 집중적으로 근본적으로 물으며 사유하는 훈련을 받게 됩니다. 학업을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그는 근본의 지향으로 학문을 하는 생애를 보내는 직업을 갖습니다. 이것이 그의 『이야기』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그가 선택한 학문은 학문의 고장 대학에서 중심부에 자리하는 분야였습니다. 그러므로 그 반영의 실상이 무엇일지는 그가 생애를 보낸 대학사회가 대답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대학은 어떤 사회인가?


   화자는, 정년퇴직 후 한 명문 사학재단으로부터 총장직의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사양하고 그 학교에서 평교수로 지낸 은사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총장은 대학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조직체의 관리자의 직책상의 호칭입니다. 당연히 교수가 이 직책을 맞게 되면 그는 이 날로 교수직을 떠나게 됩니다. 세상의 눈에는 총장직이 명예로운 현직(顯職) 일터이지만 스승에게 그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번거로운 사무직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스승의 사양은 이 사무직을 맡기 위해 학자로서의 생애를 잠시라도 접을 수는 없다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또, 화자는 총장으로부터 학장직과 뒤이어 무슨 대학원장직의 제의를 받고 두 번 다 거절한 한 친구의 말을 떠올립니다. 그는 그 때 감투에 기갈이 든 한국인 속에 드는 치욕을 거부한 것입니다. 그의 거절은 인간적인 자존심의 소치였습니다. 거기에는 따로 실제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는 오전 9시부터 오후5시까지 사무 보는 책상을 지키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친 짓을 사양한 것입니다. 그로서는 그런 보직을 맡는 일은 학문하는 자의 자살행위와 같이 보인 것입니다. 그 때문에 그는 연금에서 상당한 손해를 보게 됩니다. 보직수당은 연금을 산정할 때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어떤 사회인지를 위의 비근한 예가 잘 말해 줄 것입니다. 위의 두 분은 순수함이 숨쉬는 사회, 세속적인 욕망으로부터 정화된 투명한 이성의 사회, 진리의 이념이 지배하는 사회, 순수한 이상주의의 정렬이 맥동치는 사회 바로 이 사회의 주민이었던 것입니다. 해방 후 지난 반세기 동안 이 땅의 대학이 이승만 독재와 박, 전, 노의 군인 독재정권의 부정과 불의에 치열하게 맞서온 불굴의 항거의 기지가 된 것은 위와 같은 대학의 사회적 본질의 필연이었던 것입니다. 부정 불의에 대한 저항은 이 사회의 주민의 자기충실의 표출이었다고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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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여기서 화자는 이글의 저자 김병우교수님이십니다.

제가 이글을 이 분의 부탁으로 블로그를 개설해서 올려 드렸는데

오랜만에 찾아보니 없어졌네요.

제가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요.

그래서  한겨레에 올려진 글을 복사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되는 글을 통해 좀 길지만

우리겨레의 정신과 혼이 진정 무엇인지

이글을 통해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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