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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동명

한 작은 풀꽃의 현대사체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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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파초'의 저자 김동명시인의 아드님 김병우교수님의 글임을 밝혀둡니다.

http://blog.hani.co.kr/philcabin/2543

본문에 앞서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어찌된 연유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한 마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화자는 2002년 가을 호의 『실천문학』지가 41명의 친일문학인의 친일작품 목록을 게재하면서 문인의 친일행위를 판단하는 데 일본어로 작품행위를 한 것과 일본인 이름의 창씨개명은「참고만」했을 뿐이라는 기사를 읽고 이게 아닌데 그 시대의 실정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언어의 본질에 비추어 일본어로 작품행위를 했다는 것이 당시 상황에서 무엇을 의미했는지 또 일본인의 이름으로 조선인이 창씨개명을 했다는 것도 당시 상황에서는 무엇을 가리키고 의미했는지에 대해 그 시대에 대한 화자의 경험을 들어 同誌의 편집자에게 몇 자 적어 보낸 일이 있습니다.  


  일제시대의 상처와 아픔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시대에 경험한 일을 말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침묵은 그 시대를 산 조선인들에 대하여 또한 이 시대의 한국인에 대해서는 단적으로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 시대를 살았음에도 왜 그들은 그 시대의 자신들의 삶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는가? 어쩌면 이 침묵이 그 때의 삶의 모든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침묵과 이 세대의 선대인 당시 사람들의 현존의 실상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가 바로 8ㆍ15 해방이 지닌 근본적 성격과 의미의 무지로 귀착함은 물론입니다. 결국 알려진 것이 피상적인 것이고 그 진실이 감추어진 채 이 날에 이르렀다면 이런 8ㆍ15를 기점으로 펼쳐지게 된 이 땅의 현대사가 어떤 꼴이 될 수밖에 없는지는 겪어 보지 않고서도 알만하지 않는가? 과연 이승만, 박정희 일당과 뒤이은 졸도들의 등장은 이러한 8ㆍ15 이후사의 노정에서는 필연이었던 것입니다.


   바로 어제 이 땅에서 벌어진 오천년사의 가장 부끄러운 비극적인 시기의 현실을 없었던 것처럼 덮어두고 묻어 둔 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부끄러운 속임수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 현실은 아직도 이 땅의 심층부에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화자는 오늘의 한국인에게서 어제의 조선인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 모습을 봅니다. 그의 부끄러운 피는 여전히 이 땅의 사람들의 혈관 속을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청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그는 어떠한 자였는가? 그리고 지금의 이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떠한 자들인가?


   이따금 듣게 되는 주위의 권유도 있고 해서 화자는 우연한 기회를 타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일제 치하와 8ㆍ15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하여 직접 겪고 본 바를 제대로 줄거리를 세워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이 글은 이의 결과입니다.  


   이 『한 작은 풀꽃의 한국현대사 체험이야기』는 분명히 역사서이지만 그러나 일반적인 역사서와는 다른 점이 있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역사서인가? 이렇게 묻는다면 우리는 『체험이야기』의 형식을 묻는 셈입니다. 형식은 내용을 담고 있는 말하자면 그릇인 까닭에 내용의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그 형식에 대해서도 분명히 아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이 『체험이야기』가 어떠한 역사서인가를 먼저 다음과 같이 충분히 밝힐 필요를 느낀 것은 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