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변상규교수의 열린 연구실https://m.blog.naver.com/jesusbyun/221592059395
우리는 아침에 눈뜨면 의식이 살아나고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24시간을 맨정신으로 살아가는 것 같이 착각한다.
그러나, 페어베언에 의하면 우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꿈을 꾸는데 페어베언은 우리가 꾸는 꿈의 내용을 보면 하나같이
정신병과 다를 바 없다고 역설한다. 그럴 수 밖에. 꿈에서는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것들을 행동하고 말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어베언은 꿈이야말로 정상적 정신증(normal psychosis)이라 명했다.
아주 쉽게 말하면 우리는 24시간을 살면서 맨정신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3분의 1, 잠을 적게 자는 사람은 하루의
4분의 1정도를 미친세계에 들어갔다 나온다는 것이다.
만약 그런 삶이 싫다고 나는 정상적으로만 살겠다고 맨정신으로만 살겠다고 잠을 자지 않으면 꿈도 꾸지 않겠지만 그런 사람은
미쳐 죽고만다. 그러니..정상을 유지하려면 원하든 원하지않든 3분의 1, 혹은 4분의 1정도의 시간을 미친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유사한 정신증적 세계 속에 머물다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페어베언은 참 천재다.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뿐만 아니라. 인간은 늘 성장만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아니다. 인간의 퇴행(regression)에 대해 깊이 연구한 마이클 발린트 역시
인간이라는 존재는 늘 성장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어른이지만 아이가 되고 싶어한다. 성인아이와는 다른 개념이다.
성인아이는 다 큰 어른이 하는 언행이 유치하고 이기적이어서 타인에게 상처와 민폐가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퇴행은 좀 다르다. 예로..나는 오늘 머리를 다듬었다. 예전에..이발소에 갔다가 할아버지가 2:8을 만들어놓으셔서..ㅠ 그 이후로는
미장원만 다닌다. 연구소 가까운 곳 미장원에 예쁜 아가씨가 있는데 하필 오늘 휴가란다. ^^..그리고 듬직한 남자 미용사가
넙죽 인사를 하더니 가위로 조근조근 머리를 다듬었다. ㅎㅎ..이후 머리를 감겨주는데 머리를 만져줘서인지 마사지 효과가 있었나보다.
편안한 느낌이 들 찰라에 "자 일어나시겠습니다" 하더니 자동 의자를 제껴주었다. 그리고 이 남자 미용사..내 머리를 손으로 받쳐
주더니 살짝 앞으로 기울여 주었는데 순간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 때 떠 오른 이미지는 머리를 받쳐주는 엄마와 아기의 이미지가 떠 올랐다.
남자 미용사는 0.1초지만..내 머리를 살짝 뒤로 제치도록 앞으로 밀어주었다. 다른 미용사와 다른 행동이었다.
나는 아주 잠시 그 미용사의 의도와 상관없이 퇴행을 경험한 것이다. 아이처럼 말이다. 전번이라도 알면 커피 쿠폰이라도 보내주고
싶을 정도였다.
지금..점심시간이다. 모두들 각기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고를 것이다. 그것도 퇴행이다.
이후 맛있는 커피나 음료도 마실 것이다. 그것도 퇴행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은 그런 퇴행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들로 가득하다.
불친절한 사람보다 친절한 사람이 좋은 이유도 퇴행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열리니 말이다.
어제 충남 태안에서 행복 부부에 대해 강연했다. 핵심은 그것이다. 행복한 부부는 다른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 안에 있는 내면 아이가
마음껏 퇴행하도록 돕는 부부라고 말이다. 6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우리나라 영화계에 아주 특별한 영화 한 편이 개봉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수 십년 해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러브 스토리..그 내용 대부분은 두 분이 너무나 아이처럼
서로를 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삐치기도 하시고 크게 웃기도 하시고 장난도 치시고 사랑도 하시고..부부 강의 핵심이 다 있다.
서로의 내면아이를 편안히 즐겁게 받아주는 것이다. 모든 게 놀이다. 삶도 대화도 섹스도 식사도 장난도 다..놀이다.
그러니까 건강한 부부는 건강한 두 사람이 만나 건강한 부부가 되는 것인데..건강하려면 평소에 잘 놀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너무 열심히 일만 하거나 너무 열심히 공부만 하거나 너무 열심히 취미에만 몰입하거나..그럼 상대 배우자가 절대 외롭다.
나도 80되신 아버지가 계시지만 아버지와 이야기하다보면 지독하게 성실히 일하시고 애써서 살아내신 이야기만 가득하다.
슬픈 건 아버지도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셨기에 잘 놀 줄을 모르셨다. 강아지와 노는 것이 유일한 아버지의 즐거움이셨던 것 같다.
지금도 멍멍이가 두 마리다..
앞으로는..이게 언제 그리될지는 모르지만..인간이 힘겹게 했던 모든 것을 모두 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시대가 곧 온다고 한다.
그래서 더 이상 굶어죽는 일은 없는데 문제는 노동의 다변화가 이뤄지는데 그 노동을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 기계가 한다는 것.
쉽게 말해 인간이 할 일이 없어지는 추세인데 수명은 무한정 늘어난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는(내가 노인이 되는 시대..) 죽음도
내가 선택해야 죽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수명을 늘려주고 노화를 거꾸로 돌리는 실험이 결과를 만들어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단다. 그러니 앞으로도 우울과 자살의 문제는 엄청날 것이며 이혼 역시 평균 수명이 3-40년 늘어난 결과로 한 두번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문제될 일이 아니라고 한다.
다시 말해 오늘 태어난 아이는 120년 정도는 넉끈히 살아가는데..그 긴 세월동안 무얼하며 살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잘 놀고 봉사하며 예술을 배우며 창의적인 삶으로 가지 않으면 100% 우울증을 앓으며 살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잘 놀아야 한다. 그래야 결혼해도 서로 행복하고 서로 즐겁다.
서로 잘 놀려면 내면아이가 밝아야 한다. 습하고 우울하고 열등감, 시기심,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삶 절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 내면아이가 편안히 나올 수 있는 퇴행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상담이요 종교요 레크리에이션이다.
그런 퇴행이 없이는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렇게 퇴행을 바라면서도 퇴행이 가능한 순간에 즉시 퇴행을 버리고 다시 어른의 가면을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놀면 뭐해
쉬면 뭐해
그거 다 유치해
이런 식의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사람들..그들은 삶이 굳어있고 얼어붙어 있기에 그들 곁에 다가가기만 해도 찬바람이 느껴진다.
그러지..말자.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그 나이먹도록 그리 살아온 패턴 다시 오늘도 내일도 그리 살아야 할까?
이제 자신도 아이임을 인정하자.
이 블로그에 여러 번 소개했던 지금은 80중반이 되신 세계적 분석가 마이클 아이건 박사의 이야기를 다시 올려 드린다.
때로는 마음도 체한다 라는 저서에 실린 아이건 관련 글을 다시 올려보고 밑에 내용을 적어본다.
한국에 오신 아이건 박사의 호텔로 안내자가 갔을 때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두드리니 한참만에
땀을 흘리며 나왔다고 한다.
"아니..뭐 하셨어요 아이건 박사님? 벨소리도 못 들으시고.."
"아..네..침대가 너무 탄력이 좋아서 침대 위에서 방방놀이를 좀 했습니다"
"방방요? 아이고 그 연세에 방방이라니 너무 아이 같으세요" 안내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건이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어른이 아니예요. 앞으로도 어른은 되지 않을 겁니다. 어른이 되기보다 과거보다 더 성숙한 아이가 되고 싶소"
아이건 71세에 하신 말씀이다..
퇴행을 두려워말자..
그리고..퇴행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 가정도 교회도 회사도..
그러면 정말 날마다 행복할테니..재미없어 죽는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