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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뒤처진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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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그래서 돌아와 몸을 추스르고 가장 먼저 시를 배우러 나갔던 당신에게 소개하고픈 사람이 있어요. 라이너 쿤체라는 독일 시인입니다. 그의 시를 한국어로 옮긴 번역자는 당당히 말합니다. 요즘 세상에 시인이 누가 있느냐고 묻기라도 하면 “라이너 쿤체 시인이 있죠”라고 답하겠다고요. 그의 시집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읽고 저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 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뒤처진 새’라는 작품입니다. 제목이 이미 시죠. 저만의 속도로 날아가는 뒤처진 새, 그 새가 무사히 건너길 기다리며 응시하는 시인. 저만치 떨어진 채 눈짓으로 날갯짓을 돕는 풍경이 동화처럼 그려집니다. 이 연대가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쿤체는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병약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많은 핍박을 견뎠답니다. 뒤처진 새를 노래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키 작은 풀 하나도 주의 깊게 따뜻하게 들여다보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인간의 불의와 폭력에 저항하는 올곧은 사람이기도 했다고요.

 

출처:http://m.khan.co.kr/view.html?art_id=201907052026015&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_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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