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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엄마걱정/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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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쓸쓸하고도 간절한 어린 소년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아리다.

지금도 이런 아이들이 도시 변두리 구석구석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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