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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우화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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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강 ㅡ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의 가슴도 메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태풍이 지나고 책장에서 이 시를 찾아 적으면서
너를 생각하고 보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친구가 안부를 물으며 보내준 시...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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