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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여보, 비가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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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비가와요 / 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 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 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먹이고 싶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늘 여기 피닉스에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남편이 옆에 있었으면
"여보! 비가 와"했을텐데...
 
그나저나 내가 돌아가는 날 시애틀경유하는데
그날 시애틀에 눈예보이다.
요즘 미국 북부는 폭설로 난리다.

이제 돌아갈 날이 일주일 남았다.
애들도 나도 벌써 아쉽고 서운한 마음 가득이다.
아들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고 하고...
여긴 오늘이 발렌타인데이.
마트마다 화려한 초콜렛상자와 꽃들이
화려하다.
집에 있었으면 로맨팈가이 울영감도초콜렛
사왔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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