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첫 출근의 추억

1978년 겨울 은사님과 함께


지난번에 중학교동창들
만났을 때 그애들 담임선생님이셨던
분을 얘기하길래 그분이
생각나서 찾아본 사진이다

사진에 은사님은 여중 1학년 때
우리 미술선생님이셨다.
미술은 일주일에 1~2시간
수업시간에만 뵙는 선생님이셨다.

그로부터 10년 후
대학을 졸업하고 첫 출근하는 날
통근버스에서 뵈었다.
내가 놀라면서 인사를 하니
선생님은 당연히 나를 모르시니
어리둥절하셨다.
10년전 여중시절에 제자라고
말씀드렸더니  반가워하셨다.
학창시절 선생님은
우리를 빙긋이 미소 지으며
바라보시다가도
엄할 땐 엄하셨던 분이었다.
여중1학년인 우리를
귀엽게 바라보셨던 것 같다.

그때 선생님께 첫출근 길이라며
내가 근무하게 된
학교를 말씀드리니 깜짝 놀라시면서
당신도 그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고
하셔서 나도 놀랬었다.
은사님과 같은 학교에 교사로
근무를 하게 되다니...
그날 버스에서 멀미를 해서
내리자마자 토하고
난리를 피웠는데 그걸
다 옆에서 지켜보셨다.
그렇게 첫 출근을 은사님과
함께 했었다.


낯선 곳에서 초임교사시절
은사님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든든했었다.
말씀은 안 하셔도 힘들거나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은사님을 바라보면  눈을
마주치면서 눈길로 무언의 응원을
해주셨다.

그때 신참인 내게 이것저것
알려주고 기르쳐주시는 좋은 분들도
많았지만 신참인 나를
갈구듯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일로 은사님께 가끔씩
투정 부리듯 하소연하면
늘 내편을
들어주시며 어깨를
다독여주시곤 하셨다.

내가 결혼한 뒤로 전혀
연락을 못 드렸으니 인연이
끊어지고 말았다.
살아계시면 연세가 80대 후반
90대 초반쯤 되실 텐데...
연로하셔도 여전히 멋쟁이로
남아계실 것 같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주들의 방학  (35) 2024.08.04
댓글 읽다가 울컥 [김민기]  (22) 2024.07.27
무르익어가는 여름  (20) 2024.07.14
우중에 한밭수목원 산책  (17) 2024.07.08
반갑다 채송화  (33) 202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