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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를 부러워 하는 사람


척추협착증이 심해서
검사와 처치를 위해 병원에
2박3일 입원을 했었다.
병실에 들어가니 먼저 입원해
계신 분이 한분 계셨다.
이분은 낮동안에는 환자같지
않게 가족들과 활발하게 얘기
하셨는데 저녁 때가 되니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며 신음을 하셨다
의료진들이 와서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고 한동안 신음 하시더니
차츰 가라 앉았는지 조용해지셨다
놀라서 병간호를 하고 있던
며느리에게 무슨 병이시냐고
물었더니 혈액암이시란다.
연세가 76세인데 얼마전까지도 등산
다니시고 대청봉까지 올라다니셨다고 한다.
운동을 안하면 몸이 쑤셔서 늘
만보이상 걸으시고 등산다니시고
했는데 혈액암에 걸리셨다는 것이다.
이튿날 이분이 내게 어디 아파서
왔냐고 물으셔서 협착증이라고 했더니
나보고  통증이 없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부럽다고 하신다.
그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한대
맞는거 같았다.
나는 요즘 몇걸음 걷기도 힘들어서
아니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 이제
아무데도 다닐수 없게 됐구나 하며
큰일 났다 싶었고 많이 낙망이
되었었다.
사실 나도 통증이 있어서
힘들었는데 나를 부러워 하는 사람이
있다니 나의 상황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혈액암이라면 어땠을까.
아니, 협착증인게 감사하구나.
아직 보고,듣고,먹고,잘 걷지는
못하지만  내힘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니 감사하구나.
이분 말씀대로 통증은 있으나
견딜만한 통증이니 감사하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이분 며느리의 병간호도 특별해 보였다.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고
대화도 진짜 모녀지간같이 하기에
의심치 않고 모녀지간이라 생각했는데 고부지간이라니 놀라웠다.
나중에 그분  간병인이 왔는데 그며느리 하는걸 보고 역시 딸인줄 알았다며
요즘 세상에 며느리가 시어머니 병간호 하는건 희귀한 일이라고 놀란다.
나도 젊은 날 시어머니 병간호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 살갑게 하진
못했었다.
간병인은 며느리에게 돈을 많이
준거 아니냐며 농담을 했지만
돈을 많이 준다고 다 그렇게 하는건
아닌거 같다.며느리 심성이 워낙
좋은거 같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입원해 있으면서
많은걸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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