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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명절날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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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문송했던 울아들


아들부자지간


명절날 아들과 통화하면서 아들이 "엄마,인생이란 알수가 없는거 같아요. 제가 사람들한테 교육학 전공하고 지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다고 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해요"
그러게나 말이다.

'문송'이라는 말이 있다.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말이다.
문과는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는 세상이 되어 전공과 관련없는 시험공부에 매달리며 취준생이라는 이름으로 얼핏보면 백수처럼 시간을 보내게 되니 나온 말인 것같다
엊그제 Tv뉴스에서 학생들이 문과적성인데 취업을 생각하면 이과를 택할 수밖에 없다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대학의 인문사회계열 학과가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들은 초등학교때부터 유난히
역사나 지리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2,3학년때 먼나라이웃나라를
나오는대로 다 읽고 만화도 따라 그리곤 했을 정도였고
초등학교때 베르사이유장미라는 애니메이션을 접하고는 프랑스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중학교때는 미국사,영국사같은 책을 읽었다.
고등학교때는 지리에 관심을 가져서
지리경시대회도 나갔으니 아들은
이과,문과 정할때 고민없이
문과를 택했다.
대학도 역사나 지리과로 가겠다고 했었다.
그걸 들은 어른들이 다 말렸다.
외할머니까지 그런 과 가면 취직 못한다고 적극적으로 말렸었다.
그런데 수능에서 수학을 한개 틀리고 언어영역을 망쳐서 의아해했다.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하지만 교생실습을 나가더니 교사가
적성에 안맞는다고 대학 졸업후 2,3년 방황하며 전공과 관련없는 곳에서 인턴,
계약직등을 전전하며 공부를 더 해보겠다고 대학원을 한국서 마친뒤 미국유학을 떠났다.

박사과정 공부중 어느날 아들이 내게
"엄마, 왜 나를 문과 보냈어요?
지금 수학공부하는데 수학이 너무
재밌어요.저 이과갔었어야했나봐요."
서른이 넘은 아들이 이런 말을
하니, 듣는 나는 진땀이 났다.
수능에서 수학점수 잘 나왔던 것이
이유가 있었나보다.
내가 아들 적성을 잘못 알아서 엉뚱한
진로를 선택하게해 이제까지 방황하게
하고 시간낭비하게 만들었나 하는 생각에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었다.
아들친구들 중 이과쪽으로 간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다 취업을 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데 아들은 아직 자기진로를
탐색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아들이 고생해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끝내도
안정된 직장에 취업이나 할 수 있을지
도무지 앞이 안보이고 답답했었다.
교육학박사학위를 따고도 시간강사로
전전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게다가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었으니
아들의 어깨는 더 무거울 수밖에 없었고 나의 근심은 어깨를 짓누르다
못해 가위가 눌릴 지경이었다.

아들은 박사과정중 교육통계를 하다가
그쪽으로 논문을 쓰고 유학간지
5년만인 지난해 학위를 따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서 대학연구소에 첫취업을 했었다.
완전 문과랑 상관없는 진로로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대학에 시스템정보학과교수로 채용되었다고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인문,사회계열학과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박사를 끝내고도 갈곳이
없을까봐 가슴 졸이며 지내던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이런 반전이 어찌나 감사한 일인지...
아들은 이 직업이 힘들지만 짜릿하고
재미 있다고한다.

나 같은 쌩문돌이가 미국와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 일하다가 엔지니어링까지 하면서 살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들이 페북에서 한 말이다
36세의 나이에 처음 제대로된 직장생활을 하게 됐으니 대학졸업하고 바로 취직한 친구들에 비해 10년이나 늦어서 아직 경제적으로 힘든 상태에 있긴 하지만 늦게라도 자기 적성에 맞는 길을 찾았고 전망도  좋으니 감사하기만하다고 아들은 말했다.

미국의 교육환경 덕분에 뒤늦게라도
적성을 찾게 된 것이었을까?
암튼 이런 결과를 이뤄낸 아들에게 고맙고 하나님께 감사하다.

나만 좋아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에 문송한 취준생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게 명절날이다.
명절날 만나는 어른들이 취직했냐고
묻기 때문이다.
그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 부모들의 맘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답답할 것이다. 부디 취업절벽을 돌파할 방법을 여러 방면으로  모색해 보시고  답을 찾아서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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