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이 순간 / 피천득

728x90

 
이 순간/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내키는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부/김사인  (0) 2021.12.14
목련  (0) 2021.03.23
공부 / 김사인  (0) 2020.11.23
아닌 것/ 에린 핸슨  (0) 2020.11.12
친구야 너는 아니  (0) 202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