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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아닌 것/ 에린 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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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 에린 핸슨 <아닌 것> (류시화 옮김)

이제야 답을 찾은 것 같다.
어린시절이나 젊은 시절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내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 늙은 모습도 내가 아닌 것같았다.
날마다 거울 속의 나를 보고 깜짝 깜짝 놀랜다.
웬 늙은 여자인가 하고 놀랜다.
살아온 나의 자취가 '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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