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공부 / 김사인

728x90

공부

김사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 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련  (0) 2021.03.23
이 순간 / 피천득  (0) 2021.03.07
아닌 것/ 에린 핸슨  (0) 2020.11.12
친구야 너는 아니  (0) 2020.01.10
새해  (0) 2020.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