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산수유가 사라지면 목련이 핀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쩍,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있는 동안 중량감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
김훈/자전거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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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꽃의 죽음을 너무 잘 표현한거 같다.
하지만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
이건 아닌거 같다. 지금 지고 있는 목련이 많다.
목련은 너무 일찍 진다.
내 기준으로는 모란이 지고나야 봄이 다 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