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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정안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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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올라서 봄기운이 완연히
느껴지는 어제 오전
오랜만에 정안천으로 나들이를 갔다
올해는 3월 기온이 낮아서
그동안 봄나들이를 거의 못했었다.








걷다가  여기 그네에 앉아서
잠깐 쉬고...


정안천으로 흘러가는 지류


오, 이런 곳도 있었군
물이 너무 맑다
물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온다
아침 일찍 안부를 묻는 카톡이
와서 답을 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더니
전화를 하네...
어머 웬일이니?




근 3개월간 소식이 없었다.
카톡을 보내도 답도 없었고...
서초동 주택에서 몇십 년
살다가 작년에 그걸 허물고
그 자리에 다가구주택을 지어서
올 1월 말에 이사한다더니
바쁜가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지난 연말 유방암진단받고
올 1월 말에 수술받고 하느라고
소식을 못 전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건강하고 부지런하게
24시간을 쪼개 쓰며
아파서 병원 들락거리는 남편
돌보며 살아온
친구의 건강이상 소식은
너무 뜻밖이었다.





잘살고 있겠지 하며
무심하게 생각했던 게
미안했다.
유방암 2기였는데 수술이
잘되었고  예후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한다.
의료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수술받아서 다행이었다
멀리 살아도 늘 안부와
만남이 이어지던 중학교 때부터의
친구니까 55년 지기다.

여기 그네에 앉아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안천을 따라 걷는다.
친구는 의지가 강하고
초긍정적인 성격이라서
잘 이겨낼 것이다
친구는 병원 들려서 그녀가
평소 봉사활동하던
수도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예전에 태국출신근로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고 들었었는데
아마도 그 일을 하러 가는가 보다
역시 그녀답다.
아프다고 하던 일 중단할
그녀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아파봐서 안다
아프면 외롭다.
그리고 서럽다.
외롭지 않고 서러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마음도 신앙도 단단한
친구니까
나와는 달리 잘 이겨낼 거야.
나이가 드니 사는 게
마치 지뢰밭을 걷는 것 같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겠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건강이상 소식이 나이가
70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제법 건강하던
친구들 조차 그러니 놀란다





오리가 전보다 많아졌다




오리들 노는 걸 보며
마음을 달래 본다
건강이 잠시 무너졌다고
세상이 금방 끝나는 건 아니다
일상이 기적이었다는 걸
깨닫게 해 주고
그동안 건강하게 일상을
잘 살아왔던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산 삶에 대해
반성하고 감사하게 된다.





정안천 곳곳에는 지난여름
홍수가 남긴 상흔이
아직도 남아있다
홍수로 온갖 쓰레기가
나무에 걸려있었는데
그게 아직까지 남아있다.






여기도 황톳길이 생겼다
지자체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젠 이 길을 쉬지 않고
끝까지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거의 일 년 만이다
수술 전엔 이 길을
쉬지 않고 끝까지 걷는 게
버킷리스트였는데...
이렇게 걷게 되다니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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