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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월 황금연휴 첫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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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은 언제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아마도 사춘기이후부터 쭉 그래왔던 것같다.
젊은 날엔 하늘을 봐도 좋고 들을 보아도 좋고
코스모스가 있어서 좋았고, 국화가 있어서
좋았다.
10월 한달 내내 설레고 좋았었다.
그런데 결혼하고부터는 그 설레임이
정작 시월이 되면 힘없이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설레임은 예나 지금이나 좀처럼 가실줄을
모른다.
10.9일은 결혼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얼마전 남편에게
여행을 제안 해볼 요량으로
"여보,혹시 가고 싶은데 있슈?"
하고 상냥하게 물었건만
남편의 대답은 한마디로 끝났다
"없어"
혹시나가 역시나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꿋꿋하게 내의지대로 10월 연휴 첫날 경주여행을
계획하고
"여보,10.1일날 경주여행 신청했슈"
했더니 남편왈
"그날 나 약속 있어"
엥? 이게 무슨 날벼락?
세상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10월연휴
첫날을 마누라한테 상의도 않고 약속을
잡고 그런 약속을 잡았다고 통보도 안했다니 이게 무슨 황당시츄에이션인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듯 말도 안나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해도 별 해명도
없고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약속한 사람들이 그래도 되느냐고 물었단다.약속한 사람들은
모두 솔로(이혼,졸혼으로)
그들과 만나면 밤11시나 돼야 들어온다.
혹시 나의 반응 때문에 약속을 취소하거나 바꾸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봤지만 그렇게 할 리가 없는 남편이다.
그리하여 연휴 첫날 솔로가 된 나.
열불나지만 당신도 그들처럼 되라고
이혼하자,졸혼하자 할 수도 없고...

혼자서 1박2일 여행이라도 다녀올려고
숙박사이트를 뒤지니 방이없다.
호텔도,팬션도,리조트도 모텔조차도 없다.
기차여행이나 해볼까 하고 기차표를 뒤져도 표가 없다.

이인간 40년 산 댓가가 이건가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10월 첫 연휴 첫날 나홀로 집에 댕그라니 남은게 현실...

아산에 계신 엄마를 찾아갔다.
엄마와 식당에 가서 식사를 주문하고 밥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엄마가 지갑을 뒤적뒤적
하시더니 봉투를 내민다.
"이게 뭐유?"
어리둥절하는 내게
며칠후가 니생일이니 소고기미역국이라도 끓여 먹으라고
하시면서 돈이 적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세상에나
늙어도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네...
눈물이 찔끔...
사실 내생일은 남편이 양력으로 지내라 해서 우리식구들은 양력으로 지내기에 생각을
못했는데 엄마는 음력생일을 따져서
이렇게 챙겨 오신것이다.

양력으로는 10월 말경이다(빌게이츠생일날이 내생일)
오늘과 내일 남편에게 복수 하느라
남편을 혼자둘거다 맘 먹었는데
오늘 보니 아무렇지도 않다.
남편은 혼자 있는 걸 너무 좋아하니
혼자 두는게 복수도 아니다.

내가 상처가 커서 이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남편이 회복 시켜주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내가 옆에서 벼락을 맞은듯
쓰러져 있거나 말거나 미동도 없이 변함없이 자기루틴대로
잘 산다.먹을거 잘 먹고, 산책 나가고
Tv보고... 불편할게 없이 얄밉게도
잘 지낸다.

10.1일 남편에게 날벼락 맞고, 엄마에게서는
사랑을 확인하고 돌아온 날이다.
엄마가 건강하게 살아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
경주여행 나혼자라도 가볼까 했었는데
안가고 엄마를 찾아가길 잘 한 것같다.
오고가는 길은 명절날처럼 막혀서
힘들었지만...

이제부터는 남편과 동행이 아닌 나홀로 여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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