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속으로부터 선한 인간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는 젊었으며 정열로 가득 차 있었다.
더구나 선을 추구하고 있던 그때 나는 혼자였고
매우 고독했다. 도덕적으로 훌륭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말로 표현할 때마다(그것은 나의
가장 간절한 소망이었는데) 남들로부터 경멸감과
조소를 느꼈다. 그런데 혐오스런 욕망에 몰두하자
마자 칭찬과 격려를 받았다. 공명심,권세욕, 물욕,
애욕, 자만심,분노, 복수심, 이런 모든 것들이 더
소중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혐오스런 욕망에 몰두하면서 위인인
체 하는 인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
에게 만족을 주고 있다고까지 느꼈다.
......
나는 이 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공포와 혐오감으로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나는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을 죽였다. 죽이기 위해 어떤 사람에게는 결투로
도전하기도 했으며 도박을 하여 큰 빚을 진 일도 있다.
농민들의 노고의 결실을 무위도식하면서 그들에게
벌을 주기도 했으며 간음을 하기도 하고 사람을
속이기도 했다. 기만, 도적질, 온갖 음행, 만취, 폭행,
살인 등 거의 모든 죄악을 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모두 이러한 행위를
칭찬하고,나를 비교적 도덕적인 인간이라고 생각
했으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육문사.246-2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