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마흔/박성우

728x90

마흔

 

   박성우 

  

   거울을 본다

거울을 보다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

거울을 보고 있는 사내를 본다

광대뼈가 불거져 나온   마흔의 사내여,

너는 산다 죽을 둥 살 둥 살고 죽을 똥 살 똥 산다

죽을 똥을 싸면서도 죽자 사자 산다

죽자 사자 살아왔으니 살고 하루하루

죽은 목숨이라 여기고 산다

죽으나 사나 산다

죽기보다 싫어도 살고 죽을 고생을 해도

죽은 듯이 산다

풀이 죽어도 살고 기가 죽어도

살고 어깨가 축축 늘어져도 산다

성질머리도 자존심도 눌러 죽이고 산다

죽기 살기로 너를 짓눌러 죽이고 산다

수백 번도 넘게 죽었으나 죽은 줄도 모르고

  늦은 밤 거울 앞에 앉은 사내여,

왜 웃느냐 너는 대체 왜 웃는 연습을 하느냐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화에게  (0) 2018.08.09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0) 2018.08.03
거리에 비내리듯...  (0) 2018.05.06
들꽃 언덕에서   (0) 2018.04.15
부부의 묵은 정인가?  (0) 2018.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