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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바다 앞에서

 

바다 앞에서

 

문 정 희

 

 

문득, 미열처럼 흐르는

바람을 따라가서

서해바다

그 서럽고 아픈 일몰을 보았네

 

한생애

잠시 타오르던

불꽃은 스러지고

주소도 모른채

떠날 차비를 하듯

조용히 옷을 벗는

해안선을 보았네

 

아,자연

당신께 드리는 나의 선물은

소슬히 잊는 일뿐

더운 호흡으로 밀려오던

눈과, 파도의

비늘같은 욕망을 잊는 일 뿐이었네

 

잊는다는 것 하나만

보석으로 갖고 있다

떠나는 날, 몸과 함께

땅에 묻는 일이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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