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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두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 쉼보르스카 시선집 ‘끝과 시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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