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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메모리~

 

 

 

 

이 골목길만 봐도 가슴이 뛴다.

테미 삼거리에서 보문산 오거리로 넘어가는 길

테미고개 중간 쯤에 보문산 쪽으로  있는 골목...

 

내가 기억도 못할 정도로

아주 어린시절부터 시집가기 전까지

24,5년을 살았던 나의 친정집이 있는 골목...

남편이 출퇴근 길에 이 테미고개길을 지나는데 

골목이 좀 달라졌다며 

한번 가보자고 해서 가봤다.

큰 길가에 차를 대놓고

친정어머니와 우리 딸과 나 모녀 삼대가

단숨에 뛰어 올라갔다.

어~! 근데 골목길이 조금 넓어졌다.

 

 

 

 

바로 이집

친정어머니는 내가 시집 간 뒤로도

이집에서 10여년을 더 사셨다.

우리 딸은 초등저학년 때까지

이집에 대한 추억이 있다.

그런데 대문과 담이 조금 바뀌었다.

골목길이 넓어지면서 이집 땅이

길에 편입되었나보다.

 

 

 

 

 

대문 바로 옆에 보이는 창문이 

내방이었었다.

골목길과 접해 있어서 

밤에 자려고 누우면 골목길에서 나는 

사람들 발자욱소리와 온갖 소리가 다 

들리곤 했었다

 

 

 

 

 

 

우린 곧바로 담 안이 다 들여다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 갔다.

이쪽 담은 1969년 집지을 때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나무가 우거져서 집안이 잘 안보였다.

 

 

 

 

 

 

 

우리는 자세히 보려고 담 가까이 가서

까치발을 하고 들여다 보았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집건물은 그대로였으나 

창고와 장독대가 있던 건물이 바뀌었다

그때 누군가 대문으로 들어서는게

보였다. 집주인이었다.

친정어머니는 곧바로 알아 보셨다.

왜냐하면 그동네에 오래동안 세를

살던 분이었기 때문이란다.

 

 

 

 

 

체크무늬 빨간 셔츠를 입으신 분이

현재 집주인...

녹색 옷이 어머니시다.

또 한 분은 우리집 아래집 사시는 분이라는데

그분이 우리 어머니를 보고 슬라브집 아줌아 오셨다고

반가워 하신다.

그러고 보니 이골목에 슬라브 집은

아직까지도 우리집 하나뿐이다.

어머니가 이집을 팔고 이동네를 떠난지가

20여년 쯤 되었는데도 슬라브집 아줌마가

틀리지 않는 말이다.

 

 

 

 

 

골목을 더 올라가서 우리집 슬라브 지붕을 찍었다.

새주인(그분도 여기 사신지가 20년이 되었지만

우리에게는 새주인이다)이 예쁘고  

깔끔하게 칠해 놓으셨다. 굴뚝도 이쁘게 해 놓고...

대전시내 시가지가 다 보인다.

그동안 저렇게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지어졌는데 이동네는 6.70년대 모습 그대로다.

조금 변한 것은

우리집 윗쪽으로 자동차길이 난 것이다.

충대병원에서 보문산 입구로 가로지는 길인가?

 

 

 

 

 

새 집주인 아줌마에게 집안을 한번

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대문을 열어 주신다.

오우 세상에나~~

우린 이 마당의 블록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1969년도에 집을 지을 때 깔았던 

것이 그대로 있었으니...

감격이었다.

우리 아이들 어린시절 사진에도 있는

마당의 이 블록...

세월의 때를 그대로 지닌 채

우리를 맞아주다니...

 

 

 

 

 

마당은 그대로였지만

뜰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무와 꽃들이 가득했다.

 

우린 너무 감격했고 어머니는 새집주인에게

이렇게 예쁘게 가꿔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목이 메이신다.

그도 그럴 것에 1969년도에 지은 집이

이렇게 거의 그대로 보존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정성스럽게 가꾸어져 있으니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골목길 넓히느라 한 쪽 담을 허물고 새로이

한것 말고는 거의 그대로이다.

 

새 집주인 아줌마는 고맙다는 엄마의 말씀에

 놀랄만한  말씀하셨다.

"저는 이집을 대궐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그리고 꽃가꾸는게 사는 재미에요."

우리친정은 이집을 이 아줌마에게

세를 주고 아파트를 분양 받아서

이집을 떠났었다.

그리고 몇년후 이 아줌마가 이집을 샀다고 한다.

아줌마 말씀이 너무 오랜 세월 셋집으로 전전하면서

내집하나 갖는게 꿈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리집을 사서 너무 행복했단다.

그리고 감사해 하면서 이제까지 산다고 한다.,

집을 소유한 기쁨은 몇달지나면 무뎌지고 

다시 더 크고 좋은 집을 원하는게 대부분인데

이 아주머니는 거의 20년을 그 기쁨을 간직하고

계시니 참 특별했다.

우리에게 박카스한병씩 나눠 주시면서

이렇게 찾아아 주어서 고맙다고 하신다.

우리는 헤어지는 인사말을 하면서

거듭 고맙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인사하고 돌아 나오는데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신다.

이집에 얽힌 온갖 추억이 되살아나신듯 하시다.

아버지는 이집을 지어놓고

5년후 내가 대학교 2학년때

우리 4남매를 남겨두고 돌아 가셨다.

아버지가 직접 지은 건 아니지만 

불량벽돌을 쓰는 건축업자와 싸우면서

온 힘을 다해 지으신 집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 혼자서 온갖 고생하면서

우리4남매를 키우셨다.

어려운 중에도 이집을 20여년간 지켜 오셨으니

더더욱 감회가 깊으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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