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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름다운 치매

요즘 살짝 치매가 오신  시숙부님이 계시다.

향년87세........

올해 90세이신 우리 시아버님의 유일한 형제분이시라서 우애가 돈독하다.

며칠전 만나뵈었는데 "예산 아버님 잘 계시지?" 5분에 한번씩 물으셨다.

확실히 치매증상이시다.

평소 깐깐한 교육자 출신이시라서 말하다가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이나

적절치 않은 어휘를 쓰면 그자리에서 한참 설교를 들어야해서

그분앞에서 입을 떼기가 여간 여러운 일이 아니었다.

태도도 아주 근엄하고 진지하신분이시다.

언젠가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다.

"질부,내가 길을 가는데 젊은 여자가 내 코앞을 가로 질러 가는거여.

아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 번화한 거리에서 젊은 여자가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했지만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웃었다. 그렇게 유교적이시고 남여가 유별하며 엄격하신분이

당신의 형님보다 먼저 치매가 걸리신 것이다.

그날도 우리 남편은 말하다가 지적을 받았다.

치매이셔도 지적 하시는건 여전하시다.

 

그런데 왜 아름다운 치매일까.........ㅎㅎ

이분을 몇년만에 만나뵈었는데 만나자 마자 나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

"아니 이게 누구야? 이런 미인이 있나?"

난 깜짝 놀랐다. 이분이 이런 말씀을 하실 분이 아닌데

그것도 말투가 완전히 바뀌어서 장난끼 있는 말투다....

그뿐이 아니다.자동차로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 그런 말투로

말씀하시고 심지어 노래도 부르신다.

"차차차~~~흥얼흥얼~~"

목적지에 도착하자 운전한 남편에게 말한다.

"어쩌면 그렇게 운전을 잘해유? 참말로 운전을 잘하네유~"

완전히 어린아이 말투다.

나는 놀랍고 어리둥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숙모님 말씀이 "요즘 작은 아부지 때문에 나는 날마다 웃고 살어.

말투가 저렇게 어린애 말투로 바뀌었고 말도 재밌게해.

나보고 80도 넘은 늙은이가 날위해 밥해주니 고맙다고 하고

예전에 시할머니 모셨었는데 .당신 그일 힘들어서 어떻게 했냐면서

참 훌륭하다고해......"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미인이라고 하고 미남이라고 하신다.

정말 놀랍다.

이런 치매도 있는가?

 

시숙모님은 요즘 몸은 안좋아도 천국에 사는 것 같다고 하신다.

늘 명령조고 근엄하시고지적하고 훈계일색이시던분이

이렇게 어린아이 같이 변했을 뿐아니라

유머있고 칭찬 일색으로 바뀌셨으니......

 

돌아오는 길에 시숙모님이 65세된 당신 아들이

요즘 여기저기 아프다면서 엄청 노인인체 한다고

불평을 하셧다 그말을 들은 숙부님 "아이~연습도 못해유?"역시

장난끼 있는 어린아이 말투로 말씀하신다.

우린 깜짝 놀랐다.아들이 노인 연습을 하고 있는거라고 말씀 하시는거다.

남편은  웃느라고 핸들을 놓칠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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