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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엄마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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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일
엄마와 하루를 같이 보내려고
엄마를 찾아갔다.
미리 계획한게 아니라
엄마랑 통화하다 갑작스레
찾아간 것이었다.
내가 도착한 시간 오후 5시
찬거리를 사려고 시장에 갔다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장도 못보고 시간이 늦어졌다.
결국 엄마가 사시는 아파트마트에서
고기랑 귤을 사가지고 들어가니
엄마는 벌써 상을 차리고 계셨다.
갈비탕, 명란젓찜,총각김치,
김장배추김치,도라지초무침이
금새 차려졌다.
엄마는 이렇게 차려놓으시고도
먹을게 없어서 어떡하냐고 계속
말씀하신다


엄마집 다녀오다가 공주정안 국도변 휴게소에서


12.31일 아침
눈을 뜨니 엄마는 벌써 주방에서
뭘 하고 계셨다.
새벽 5시반에 일어나셔서
나 준다고 묵을 쑤셨단다.
세상에나...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엄마는
아침상을 차려놓으셨다.
90세인데 동작이 너무 빠르시다.
아침 먹고 온천을 가기로 했기에
빨리 먹고 가자고 서두르신다.
다 먹고 내가 반찬통을 정리하는
동안 엄마는 설거지를 끝내신다.
지난번에 코로나 걸리신 후 몸에
힘이 없다고 하셔서 걱정했는데
엄마는 날러 다니시는 것 같았다.
아산은 어르신분들께 목욕탕이나
미용실에서 쓸 수 있는 무료티켓을
준다고 한다
연말인데 안쓰고 남은게 있어서
써야 하니 온천탕으로 목욕을 가야한대서 간 것이었다.
연말인데다 토요일이라서 온양온천의
원탕이라고 하는 온천탕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공주 정안 휴게소에서


엄마등을 밀어드린다했더니
이틀전에 밀었다고 안밀어도 된다고
손사래를 치신다.
대신에 엄마가 내 등을 미신다.
안해도 된다고 말렸지만 엄마는
등 안밀으면 목욕 안한거 같으니
밀어야 한다며 막무가내로 미신다.
키도 150cm밖에 안되시는 분이
당신보다 10cm 큰 내 등을 미신다고
복잡하고 좁은 탕에서 옥신각신 하다가
엄마 고집에 내가 졌다.
온천탕에 사람도 많고 물도 뜨거워서
나는 얼마가지 않아서 지쳐서
못있겠어서 나간다고 했더니
엄마는 온천탕에 너는 오랜만에
왔으니 더 있다가 나가라고 붙잡으신다.
밤에 잠을 못자고 새벽3시에
잠이 들었던터라서 어질거려서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냥
나왔다.
엄마는 그러고도 20분을 더 계셨다.
와우~ 우리엄마 90살인거 맞나?
엄마 집으로 와서 따뜻한 거실에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맛있는 냄새가 나서 깨보니 엄마가
삼겹살을 굽고 계셨다.
오랜만에 왔는데 변변히 먹을거 해준게 없다면서 삼겹살을 굽고계셨다.
못말리는 엄니다.
세상에나 내가 해드리려고 왔는데
손 쓸새도 없이 엄마한테 세끼를
그냥 고스란히 얻어 먹기만했다.
와 우리엄마 100살까지 거뜬히
사시겠다.
보살펴 드린다고 갔다가 보살핌을
당하고 왔다.
엄마는 당신 나이도 생각지 않으시고 마냥 늙도록 자식 앞에서
엄마노릇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아무리 말려도 막무가내시다.
내가 집을 나올 때까지 냉동고를
뒤지시며 내게 싸보낼걸 찾으신다.
43세 꽃다운 나이에 혼자 되셔서
우리 4남매를 키우신 엄마
오로지 자식 밖에 모르고 살아오신
엄마다.
엄마의 눈물겹고도 끝없는 사랑에
이제사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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