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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은발

 

지하철에서 만난 시

 

 

젊은 날의 추억들 한갖 헛된 꿈이랴.              

  윤기 흐르던 머리 이제 자취 없어라.

    오 내 사랑하는  님 내 님 그대 사랑 변찮아.      

    지난날을 더듬어 은발 내게 남으리.

    젊은 날의 추억 그 추억 한갖 헛된 꿈이라.        

    윤기 흐르던 머리 이제 자취 없어라

 

중학교 음악시간에 불렀던 노래였던 것같다.

가수 은희의 낭랑한 목소리로 들었던 기억도 있고.

 

어제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에 갔었다.

올해가 가기전에 얼굴 좀 보자해서...

만남의 장소는 '명동성당'

두친구가 독실한 가톨릭신자라서 그곳에서

보자고 했다.

시골뜨기 아침8시부터 부지런히 나가서

고속버스를 탔다.

다시 지하철 타고 을지로3가역에서 내려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10여분 어깨를 한껏 움츠리고

걷다가 너무 추워서 가장 가까운 성당 부속 건물로

들어갔다.

만나기로한 친구에게 전화하고 있는데 웬 은발의 여자들이

내앞에서 깔깔 웃는다.

바로 오늘 만나자고한 친구들이다.

내친구들인줄 전혀 몰라봤다.

나는 놀라서

"아니 왜 머리에 하얀 눈들을 얹어놓고 있어?

얘,너는 강경화장관 같다."

그러면서 깔깔 웃었다.

벌써 얘네들이 이렇게 백발로 살아도 되는건가?

염색하고 다니는 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친구들은 이제 염색을 안하기로 했단다.

초,중등학교때부터 친구였는데 이렇게 은발이

되도록 만나고 있으니 반갑고 감사하다.

학창시절 이야기가 주류가 되는 수다가 이어지다가

어느새 시간이 흘러서 우리가 이렇게 늙었나 하는

서글픈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된다.

젊은 날의 추억들은 꿈만 같은 일들이 되고

우린 어느새 주름진 얼굴에 은발이 되었는고...

 

그시절엔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말하게 되는 것들도 많아서 거의 매일 우리집에서

살다시피하며 지낼정도로 친한 친구들이었는데

이제사 서로 새롭게 알게 되는게 있다는 것에 서로 놀란다.

 

그렇건말건 만나자마자부터 식사하고, 갤러리 들러서

미술작품감상하고,커피 마시고,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고

지하철 타고 고속터미널에 내가 버스타기 직전까지

쉬임없는 수다가 이어졌다.

 

넘 추운 날이라서 성당옆 쇼핑몰 실내에서만 있었기에 성당을

갔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자꾸 '은발'노래가 입가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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