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고 문화생활로 남편과 취향이 달라서
애를 먹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혼하고 나서 보니 여러 가지가 달라서
서로 적응하려고 되도록 남편에게 양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여자들이 이런 노력을 포기하고 자신의
취미를 찾아가며 문화생활을 한다.
그런데 그게 시간이 좀 흐르니 격차가
심해져서 그것 때문에 남편과의 사이에
벽을 느끼기도 하고 넓디넓은 강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한다.
거기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이러고도 남편과
계속 살아야 하나 이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예를 들어 한 친구는 남편이 퇴직하고 나서
집에서 하루종일 트로트음악을 틀어 놓을 뿐
아니라 트로트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좋아하
는데 친구는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술 마시고 노래방 가서 트로트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이 친구는 학교 다닐 때 성악을 좀 했던
친구였고 클래식을 좋아한다.
친구의 취향대로 클래식을 틀으면 남편이
머리 아파한다고 한다.
이것 때문에 여러 번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그것 말고도 같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한다.
친구의 강요에 의해 산책이나 성당에
같이 가는 정도가 공통분모라고...
또 한 친구도 문화취향이 너무 달라서
남편은 남편대로 자기는 자기대로 거의
대화 없이 살아간다고 한다.
이 친구는 화랑 찾아다니며 미술작품 감상하고
박물관 찾아다니며 온갖 교육과 강의를
들을 뿐 아니라 클래식 기타를 배우며
연주회에도 참여하고 각종 음악회도 순례를 한다.
영화도 볼만한 영화는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고...
여행도 혼자서 또는 친구들과 종종 하고...
내가 보기엔 좀 극성스럽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이 친구의 남편은 이런 문화생활에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일만 하는 일 중독자라고 한다.
남편과 여행조차도 같이 간 적이 없단다.
그러니까 이 친구는 거의 혼자서 이런 문화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부부의 문화적 벽은
꽤 심각하게 높은 편이다.
친구의 얘길 들으니 나도 그 벽이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편이 친구의 이런 문화
생활하는 것에 제동을 걸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허용적이라는 게 감사하다고 한다.
이 친구네가 공통으로 하는 건 성당에 같이
가는 정도라고...
우리 부부는 그렇게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음악취향이나, 영화, 여행 같은 건 같이 할 수 있다.
우리 친구들이 이런 나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난 스포츠에 거의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남편은 야구에 관심이 많다.
결혼초 프로야구시즌이면 늘 남편과 같이
야구를 보았고 남편의 해설까지 듣곤 했다...
내가 일하느라 못 들으면 나를 따라다니면서
까지 설명하곤 했었다.
어쩌면 그렇게 많은 선수들의 기록을 세세히
기억하는지 놀라웠었다.
그 암기력으로 고시공부를 했으면 고시에
붙었을 거라고 남편도 가끔 얘길 하곤 했었다.ㅎㅎ
난 관심이 없어서 남편의 자세한 해설을
듣는 게 머리가 아팠지만 싫은 내색하지 않고
들으려고 노력했었다.
가끔은 몰랐던걸 알게 되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남편이 퇴직 후 야구시즌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야구 보느라고 거의 하루종일
야구를 보며 tv를 독점하면서부터는
결혼초와는 달리 노골적으로 내가 싫은
내색을
한다.
야구시즌 중에는 여행을 가도, 영화를 보고
있어도 폰으로 야구스코어를 확인하고 있고,
어딜 가나 야구소식에 목을 매고 있는 게 정말
못마땅하다.
그리고 난 미술에 관심이 있으나 남편은 전혀
관심이 없다.
남편은 내가 인상파화가 전을 서울로 보러 가고
싶어 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주긴 했지만...
우리는 산책을 같이하기가 힘들다.
남편은 목표지향적 산책을 한다.
자기 속도와 자기 목표대로...
같은 일행인 내가 어느 만큼 가고 있는지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우리 부부 산책은 같이 나가도 처음에만 같이
걷고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한다.
한동안은 우리 부부는 미련 맞게도 서로 다른
취향에 대해 비난하면서 다투기도 했었다.
문화생활이 부부관계에 본질적인 것은
아니지만 퇴직하고 많은 시간을 같이해야
하는 노년에는 종종 문제가 된다.
퇴직하기 전에 이런 것도 미리미리 준비해
놓아야 할 거 같다.
모든 것을 남편과 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공통으로 할 수 있는 게 있어야 부부간의
관계가 풍성해질 수 있는 거 같다.
취향이 다른 건 각자 존중해 주며 따로 또 같이
사는 방법밖에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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