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 가을에
나도 난생 처음 수확이라는 경험을 해보았다.
지난 4월 말에 심은 고구마.
심어 놓기만 하고 전혀 돌봐주지 않아서
수확하러 가기도 미안했다.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심어놓은것 수확 안하는 것도 죄스러운 일인거 같아서
드뎌 오늘 밭에 가봤다.
한달 반 쯤 전에 고추따러 갔을 때
비들비들말라 죽을 것만 같았던 고추가
이번에 가보니
10여개씩이나 주렁주렁 달려 있는게 아닌가.
어찌나 신기하고 반갑던지...
그리고 고구마...
잎사귀가 빈약하기 짝이 없어 고구마 캐기도
미안했다.
고구마줄기를 잡아당기니 딸려 나오는 고구마가 없다.
그러면 그렇지 하며 포기하려는 순간
호미 끝에 걸리는게 있었다.
쥐방울 만한 고구마가 있었다.
다시 호미로땅을 살살 긁어내니 여기저기
제법 굵은 고구마도 보인다.
이게 웬일..?
그렇게 30분 작업한 결과가 이거다.
좀 큰 비닐 봉지 하나 가득...
맛이 궁금해서 집에 가져오자마자
쪄봤는데 호박고구마다.
맛이 기가 막히다.
캐서 금방 찐 고구마는 맛이 없다는데
이건 아니었다.
넘 맛나다.
신기하다.
이렇게 게으른자에게도 이런 선물을 주시다니.
하나님선물이다.
추수의 감사를 만끽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