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무료했던 설날 오후

sugee 2025. 1. 30. 23:37

  

설날 오전 10시
아들네와 시동생네랑
영상통화로 예배 드리고
우리의 설날 공식행사는 끝났다

오후엔 날도 춥고 눈도 오니
어디 나갈 수도 없고
눈 속에 갇힌 느낌이다



무료한 오후시간을 노인네
둘이서 뭐 하고 지낼꼬
궁리하다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오히려 눈길이 안 미끄럽다고
목석님을 꼬드겨서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어제 두부 사러 나갈 때
꼬마여자아이가 혼자서
만들었던  눈사람.
그 위에
다시 눈이 쌓여 있었다.




눈 사람을 만들고 있는 어느 가족




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투썸플레이스는 그냥
지나친다
커피값이 비싸고
너무 가까운 곳이라
밖에 나온 보람이 없다





투썸에서 200여 미터 더 먼 곳에
있는 이디야
예전에 우리가 즐겨 가던 곳이었지만
이 역시 지나친다
우리의 목적지가 여기가 아니다
여기서 100미터쯤
더 가야 하는 곳이다





드뎌 우리의 목적지에 왔다.
메가커피
우리 집서 600미터쯤
걸어와야 하고 커피값이
가장 싼 곳
근데 웬일?
카페 안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주문하는 키오스크 앞에
줄이 길다
매장 밖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눈을 맞으면서 주문을 했다
다들 우리처럼 할 일없어서
카페에 온 걸까?

테이크아웃해 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설날 커피숍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한참을 기다려서 받은 커피
연한 아메리카노에 연유추가
그리고 아이스크림이 들어가 있는 케익?
커피를 한잔만 시켜도 워낙
양이 많아서 둘이 다 못 마신다.
그래서 커피는 한잔만
그리고 케이크나 빵을 시킨다.





커피 마시고 돌아오는데
아파트 앞에 경찰차가
와 있고 주민과 경찰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주민이 우리에게 아파트 앞
산에 가느냐고 묻는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아파트 앞 산에
멧돼지가 두 마리 나타났다고
산에 가지 말라고 한다
눈이 워낙 많이 와서
먹이 찾으려고 이런 아파트단지
근처까지 왔나 보다
주민이 멧돼지를 찍어 올린 사진이
아파트사이트에 올라와 있었다

명절에 인간들은 기름냄새
풍기며 호의호식하고 있는데
멧돼지들은 굶주리고 있었나보다.
쪼매 미안한 마음이 든다


멧돼지가 나타났던 앞산


멧돼지가 도망 간 공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