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간밤에 대설주의보안전문자가
여러번 왔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이런 모습이었다
뉴욕에 사는 친구에게
이 사진을 보냈더니
눈 치우기 힘들겠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눈을 치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결혼 전에 주택에 살 땐
슬라브집이어서 눈이 오면
눈치우기용 커다란 나무밀대를
가지고 옥상에 올라가서 눈을
치워야 했었다
결혼 후 아파트에 살면서 눈을
치워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내다보니 누군가 길을
만들어 놓았다.
경비 아저씨나 관리소에서
한 것 같다
친구에게 관리소에서
눈을 치운다고 했더니
"고층건물에 사는구나"한다

지난주에 산소와 친정,
아들네 집을 다녀왔으니
이번 명절은 딸네만 오겠구나
했는데 둥이들이 A형 독감에 걸렸단다.
그러니 아무도 오지 않는
명절이 되겠다

제사도 안지내니 아무 할 일이
없어서 놀맨놀맨 하다가
그래도 명절인데 돼지고기 완자라도
부쳐야 하는 거 아닌감?
하는 생각에 남편에게
두부 좀 사다 달라고 했더니
눈길 미끄러운데 어떻게 나가냐고
단칼에 거절한다

하는 수 없이
내가 직접 나갔다 오는 수밖에...
길이 미끄러워서 못 나간다면서
마누라가 나간다는 건 안 말리네.
밖에 나오니 눈이 제법 쌓인 눈길이다
눈을 밟으니 미끄럽지는 않고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난다

잠시 멈췄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데 바람까지 분다

그야말로 눈보라가 몰아친다
눈보라를 맞으며 걸으니
갑자기 젊은 시절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어느 겨울날~
로 시작하는 노래
김추자가 부르는 마부라는 노래다.
검색해서 들어보니
가사가 슬프다
그래도 명색이 명절인데
슬픈 노래로 장식할 수는 없지
다시 눈 노래를 생각해본다
슬퍼하지 말아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이정석이 부르는 첫눈이 온다구요
라는 노래다.
검색해서 들어본다
내가 좋아했던 노래다.
오후에 돼지고기완자
완자를 깻잎 속에 넣은 깻잎완자
아삭이고추에 넣은 고추완자
세가지를 부쳤다
눈은 내일까지 지금까지
온 만큼 더 내린다고 한다
피해가 없길 바라건만
벌써 비닐하우스나 축사에
피해가 있다고 한다.
명절 오가는 길에 안전운전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