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어주다가
*몇년 전에 올렸던 글인데 다시
읽으면서 또 마음이 찡해오네요
아침에 남편에게 이글에 나오는 시를 읽어주다가
목이메였고 남편도 눈물이 난다고했다
참 슬픈 이야기다
우리가 벌써 이러고 살고 있기 때문인가.
내용이 너무 길어서 요부분만 복사해왔다
-아름다운 세움 강좌 이상억 교수의 ‘사랑 이야기’-
부부는 서로 알아 가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네요
그런데 이게 다 일까요? 여기에서 더 살게 되면 어떤 이야기가 될까요? 여섯 번째 시인입니다. 이번에는 이생진 선생님입니다. 이 분은 섬 시인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어르신이십니다. 평생에 한을 푸셨지요, 제주도에 사니까. 섬이 좋아 이 섬 저 섬을 다니셨던 분이신데, 섬에 사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이 분은 연세가 88세이시고요. 8년전 80세 되던 해 이 시를 적으셨는데, 시 제목은 ‘아내와 나 사이’입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그걸 뭐라고 할까요? 그걸 아내와 나 사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면 연세가 드신 분이십니다. 젊은 저도요, 약간 이해가 되더라구요.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을 나누는 사이. 그게 아내와 나 사이가 아니겠습니까? 이 시인의 이야기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거 같습니다.